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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그리고 관조자

난 개인적으로 개발자, 혹은 개발이라는 분야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하는데,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쪽과 관련은 있지만 직접적으로 얽히지는 않는 쪽이다. 예를 들어,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이나 웹개발은 내 기준에 따른다면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쪽이다. 반면에 결제를 위해 뒷단에서 돌아가는 빌링 시스템이나 하룻동안 쌓인 데이터를 매일 밤 처리하는 배치(Batch) 시스템은 사용자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쪽이다. 물론 시스템이라는 것은 누가 되었든 사용자가 있게 마련이니까 빌링이나 배치 시스템이 사용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이 '사용자'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일단 내가 다니는 회사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까 그들을 사용자라고 하자. 그냥 간단히 말해서 네티즌.

회사에 입사하고, 연수를 받던 중에 우리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 바로 어느 부서로 배치되고 싶은가! 물론 우리가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적어냈다고 해서 100% 그렇게 되는 건 아니었지만 최대한 우리 의사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여튼, 내가 1순위로 적어낸 곳은 플랫폼 쪽이었다. 아까 말한 내 기준으로 나누자면 사용자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곳이다. 하지만 내가 플랫폼을 골랐다고해서 사용자와 직접 마주하는 쪽의 일에 흥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디가서 말하기 좋다는 이유로(부끄럽지만 진심이다.) 그 쪽을 고를까도 고민했었다. 어디어디 사이트의 무슨무슨 서비스 있지? 그거 내가 만든거야. 오.. 진짜? .. 뭐 대충 이런 걸 해보고 싶었다. 그치만 내 성향이나 스타일에는 플랫폼 쪽 일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일을 해보니 실제로도 그랬다. 그래서 매우 만족스러운데.. 실은 그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점이 또 하나 있었다. 얼마 전에 문득 그걸 깨닫고, 생각을 정리해서 한 번 써봐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게 뭐냐! 그건.. 사용자와 직접 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응?)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사실은 꽤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 사용자와 직접 얽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게 뭘까?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관조' 다.

 

관조

[명사]
1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관찰하거나 비추어 .

(출처 : 네이버사전)

 

내가 말 하려는 것을 표현하기에 너무 거창한 단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일 가까운 것 같다. 요컨데 장기를 두는 두 사람 말고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더 그럴듯한 수를 본다는 거다. 나의 경우에 대입해 보면, 장기를 두는 두 사람은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다.

 

내가 입사하기 전에 다짐한 것 중 하나는, 내가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 서게 되더라도 끝까지 사용자의 입장을 버리지 않겠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서 내 팔이 안으로 굽지 않기를 원했다. 이런 내 다짐에 플랫폼 쪽 일을 한다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회사에 다니는 한 난 결국 서비스 제공자이겠지만, 사용자가 눈으로 보고 마우스로 클릭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최전방의 개발자보다는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사용자와 서비스를 바라볼 수 있다. 사용자와 직접 마주하는 위치에 선다면 여유있는 시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겠지. 결국에는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으로 사용자를 이해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건 내가 정말 바라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사용자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지금의 위치가 좋다. 앞으로도 계속 사용자의 입장에서 우리 서비스를, 우리 회사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끗]

 

다시 읽어보니까 마무리가 왠지 허전해...

by 사빈 | 2009/03/14 22:40 | 쓰고싶어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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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ndy at 2009/03/16 23:42
어디 내려고 쓴거야? (ㅋㅋ)

난 사용자쪽에 직접 서비스하는 쪽으로 갈생각인데 지금으로선..
아무래도 이쪽은 사용자쪽에 더 붙어있어야 그마음이 계속 이해가 될거 같아 ㅎㅎ
짠 하고 뭔가 해주고 싶어서 온거기도 하니까 ..

여튼 멋지게 일하는거 같아 좋네 ~.~
Commented by 사빈 at 2009/03/20 23:43
어디에 낼까? ㅋㅋㅋ

실이 가운 입은 건 한번도 못 봤지만.. 왠지 상상이 된다 ㅎㅎ
친절한 의사샘이 될 거야 분명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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